일상글쓰기 (3)
뭐가 되었건 글쓰기라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여 글자로 옮기는 작업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생각이 떠올라야 글도 나오기 때문이다. 평소에 어떤 주제에 대해서 생각이 없다면 글쓰기 연습을 하려고 해도 뭘 써야할지 모를수도 있다. 한 두줄 쓰다가 뭘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꼭 잘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분량이 많아야 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런 부분은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주제에 관한 문장을 우선 '하나' 쓰는 것이다.
침착하게 오늘 있었던 일 중 연상되는 것들을 생각하거나 적어보자. 출근, 출근복장, 지하철, 버스카드, 노트, 커피, 스타벅스, 대화, 상대방, 간식 뭐든 좋다. 이 중에서 버스카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버스카드에 관한 행동이나 입장등을 우선 생각해 보는 게 좋다. 지금은 외관의 묘사나 그런걸 하려는 게 아니다. 주제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싶은 것이다. 버스카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든지 상황, 누군가와의 기억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 버스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이러한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갔다.
버스카드 - 언제부터 썼더라 - 학생땐 안 썼는데 - 학생땐 회수권 썼지 - 그때 웃긴일 많았는데
주제 하나가 머릿속에 들어오면 생각은 이런 방식으로 연결되어 흘러다닌다. 이런 것은 1초만에도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생각일 것이다. 이런 사소한 생각들은 생각을 하면서 글로 바로 옮겨두는게 좋다. 문장이 아니어도 좋고 단어의 나열이라든지 짧은 서술이라도 좋다. 생각은 정말로 빨리 사라지니까, 우선 글로 남겨 기억을 하는 것이다. 보통은 이런 생각까지 못 가고 생각의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생각하는 과정을 글로 써본 경험도 없을뿐더러 살면서 그래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각을 캐치하는 작업은 어려운 일이다.
우선, 이것으로 글을 쓰는 것은 조금 나중으로 미뤄보자. 지금은 흘러다니는 생각을 캐치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번엔 스타벅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오만가지 생각들이 한 번에 튀어나올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주제를 아무것도 못 잡을 수도 있다. 뭘 써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 눈을 감고 이미지를 연상해보자. 이왕 눈을 감은김에 스타벅스 입구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스타벅스의 문은 언제나 크고 넓지 - 입구에 들어서자 쓴 커피의 향기가 느껴진다 - 언제나 사람이 꽉 차 있다 - 다들 일을 하고 있네 - 왜 여기서 일을 하냐 커피나 마실것이지 - 주문할 땐 사이렌오더지 - 쿠폰은 언제 다 모으지 - 줄을 서자 - 오늘은 뭘 마실까 - 카스테라 먹고싶은데 - 자바칩프라푸치노 - 밴티가 무슨 뜻이지 - 자리 사라지기 전에 빨리 자리에 가방부터 올려놓자 -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행동을 적는 것이다. 사람은 행동을 보통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림같은 형체로 말이다. 거기에는 향기도 있고 전체적인 공간의 컬러나 특정한 무엇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거기에서 벌어진 일들도 연상이 될 것이고 누군가와 함께 갔었던 일도 기억날 것이다. 어느 장소에 있었던 스타벅스에 대한 기억도 있을 것이고 스타벅스에 대해 이야기한 누군가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로 흘러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내용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생각'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니 그러한 부분은 지금은 피하자. 그래서 사건의 움직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보통 경험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해봤다면 생각보다 생각하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스타벅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쓰려고 해도 딱히 몇 가지 생각이 안 날 수 있다. 그래서 이미지화된 기억을 관찰해보면 보다 상세한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생각을 느리게 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은 번개같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콰과광! 소리를 냈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 찰라를 캐치하지 않으면 다시 언제 기억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평소 우리의 생각하는 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글쓰기로 담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 된다. 글쓰는 속도까지 생각을 늦춰보면 의외로 생각도 느리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기억해낸 이미지를 서서히 관찰하면서 글로 쓰는 것이다. 타이핑보다는 우선 종이에 써보는 게 좋다. 손을 놀리는 그 속도만큼 생각을 느리게 할 수 있다.
글이란 곧 생각이다. 처음에는 생각이 아무렇게나 흘러다니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정리 안 된 생각이 이리저리 튕겨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을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때즈음 내가 쓴 글을 보면 방금까지 지나온 생각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의 흐름을 추적하고 생각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글쓰는 뇌로 만들어가야 한다.
next. 생각을 캐치해서 글로 썼으니, 이제 그걸로 뭘 하겠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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