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글쓰기 (4)
좋아서 하는 것에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면 다들 하는 대답은 '그냥'이다. 그냥 하는거다. 그냥 게임을 하고, 그냥 자전거를 타는거고 그냥 독서를 하는거다. 그 외의 추가적인 답변은 정당성을 위한 언급이거나 추임새에 불과하다. 좋으니까 그냥 하는거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새벽까지 일 하고 들어와서도 집에서 한 페이지 글을 쓰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머리속에서 쓰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정리하는데는 다시 많은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조금씩 쓰다 말거나 너무 피곤하면 쓰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쓰고 싶으니까 쓴다.
사실, 이유가 있긴 하다. 사실은 글쓰기는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했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되니 미칠지경이 된 것이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는데 어디서부터 갈피를 잡아야 하는지 모르겠는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생각 없는 사람이 회사를 차리고 사장이 되니 처리할 일이 산더미인데 그 일의 끝이라는 게 보이질 않았다. 머리속이 쓰레기장이 된 것 같이 뒤죽박죽이었다.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정리가 안 되니 일도 컨디션도 엉망이 되었다. 그래서 글쓰기가 내 생명줄이 되었다.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한 가지 생각을 가지고 한 번에 휘갈기듯 글을 남긴 후 노트를 덮었다. 속이 후련했다. 그렇게 계속 썼다. 글쓰기느 그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몇 년째 하고 있다.
시켰으면 안 했을 것이고, 머릿속이 정리가 다 됐으면 역시 글은 쓰다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글쓰기를 하기 시작하니 그 후로는 글을 쓰는 것이 생활이 되었다. 아이폰 메모장에 글을 쓰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보상이 주어지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가장 열심히 매일매일 생각하는 것을 글로 적어나갔다. 나 스스로의 만족과 즐거움을 글쓰기에서 찾은 것이다. 글쓰기는 어느새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일과중 하나가 됐다. 그래서 처음엔 이유가 있긴 했으나 이제 이유 없이 그냥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만족하고 있기에 죽기 직전까지 나의 글쓰기는 유지될 것이다.
의무감이 있거나 매일 이어지는 루틴은 아니다. 글 잘쓰고 싶어서 글쓰기를 한 것도 아니고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다. 마음이 내키는 일을 하다보니 그것이 글쓰기였던 것 뿐이다. 이유없이 새벽 세시까지 앉아서 이 글 하나를 마무리 하고 있는데 이제서야 평소에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해볼 용기가 났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들의 예술적 문장과는 동떨어진 투박한 글이다. 그러한 경지까지 가고 싶지만 아직도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이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거기까지 갈 수준은 못 될 것이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문장가가 될 필요가 없고 나도 그럴 생각은 없다. 그런 수준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하나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탐구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도구가 글쓰기였기 때문에 여전히 스스로 유지를 하는 것이다. 원동력이 나에게서 나오는데 이유가 있을리 없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를 처음 했을 때, (2) | 2020.02.20 |
---|---|
글쓰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의 글쓰기 시작 (0) | 2020.02.20 |
글쓰기 연습 - 생각의 속도 (0) | 2020.02.14 |
글쓰기 주제 찾기 (0) | 2020.02.14 |
일상 글쓰기 (0) | 2020.02.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