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글쓰기 (2)
주제는 찾을 필요도 없다. 보이는 것, 생각나는 것을 쓰자. 내가 지금 방금 생각한 것은 '신발' 신발에 대해 써보자.
"신발을 잘 안 산다. 신발은 닳고 닳아서 못 신을 때까지 신는 편이다. 신발을 사러 가는 것은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얇고 가벼운 운동화만 신는 편이라서 통풍이 되지 않으면 나는 그 신발을 신을 수 없다. 그걸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알았다. 그래서 그 후로는 모든 신발이 러닝화다. 러닝화를 떨어질 때까지 신는 것이다. 달리지도 않는데 러닝화는 잘도 떨어진다.
이런 식이다. 이렇게 신발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을 우선 한 줄 적는다. 그리고 그 한 줄을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 실제 내가 신발을 잘 안 사는 이유는 사러가는 걸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가서 물건을 고르는 일을 싫어한다. 머리 깎으러 가는 것도 싫고 옷 사러 가는 것도 싫다. 그래서 옷은 매번 검은색 티셔츠다. (그래서 사모으다 보니 갖가지 검정 티셔츠가 있다.) 글이 어디로 흘러가든 상관하지 말자.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하나씩 낚아서 글자로 옮겨놓자.
위에 쓴 글은 신발에 대해서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순서대로 아무렇게나 쓴 것이다. 그래서 글을 썼다기 보다는 신발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고 생각을 잘 채집해서 글자로 적어둔 상황인 것이다. 나는 글을 쓴 게 아니라 생각을 한 것이다. 한 주제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보며 몇 자 적은 것뿐이다.
일상에서 글을 쓰는 것은 연습일수도 훈련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행동일 수 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듯 무심하고 아무렇게나를 선호하는 사람이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본심은 무의식 중에 나오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러니 이 새벽 2시 3 5분에 컴퓨터를 켜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목적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번개같이 빠르게 하나 글을 써볼 수 있다. 단지 훈련을 하는 것으로 말이다.
글을 조리있게 쓰는 것은 나중 일이다. 일단은 쓸 줄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조리고 나발이고 나중에 뭔가 후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쓰자. 팍팍 써보자. 커다란 노트를 버리고 작은 노트로 갈아타고 한 페이지를 쉽게 채울 수 있는 노트를 하나 들고 대충 끄적여보자.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써보자. 굳이 꺼낼 필요 없는, 놔둬도 상관없는 생각들을 굳이 헤집어 들쑤시고 튕겨 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낚아채 글자로 옮겨놓자. 이게 아무렇게나 쓰는 글이 되고 그러한 글이 많이 모여야 글쓰기가 무서워지지 않는다.
실은 다들 두려워 한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좀 그렇다. 식견 있는 사람들만 쓰는 것 같은 그런 이미지. 내가 글을 쓰면 지식인처럼 보이고 있어 보이는 식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런 허세가 아니다. 글쓰기는 생활의 일부이고 낙서이고 장난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소하게 생각을 캐치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사물로부터 시작하는 게 처음엔 쉬울 수 있다. 이어폰, 메모리, 카메라, 립스틱, 영수증 등등에 대해서 써보자. 그리고 주제를 떠올릴 때 내 생각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생각을 풀어놓고 관찰하자. 호수에 방생하는 잉어처럼 생각이 나를 떠나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느낌이 든다. 생각은 컨트롤하는 나를 떠나서 보다 자연스럽고 다양한 견해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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