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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일상 글쓰기

by 여목_ 202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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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글쓰기 (1)

글쓰기 라는 단어는 사람을 번듯해보이게, 있어보이게, 수준 높아보이게 만들어주고 알 수 없는 지적 매력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주로 글쓰기 강좌를 하고 문장을 더욱 멋있게 만들기 위한 첨삭지도도 병행해주며 글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시간들을 통해 서로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모임도 연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휘황찬란한 이미지는 하루빨리 벗어던졌으면 한다. 일상적인 글쓰기는 그러한 '문장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글을 쓰라고 하면 제대로 쓰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 막상 글을 쓰고 싶은데 무엇을 먼저 해야할지 모를 때 사람들은 우선 글쓰기 수업부터 등록을 한다. 그러나 등록하기 전에 그곳의 목적성이 어떤지부터 알아야 한다. 작가의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이라면 일상 글쓰기가 아닌 전혀 다른 글쓰기 수업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수업도 종류가 많으니 자신의 레벨에 맞아야 하는 법이다. 

어찌되었건 글을 써보기 위해 끄적거려본 사람이라면 모두다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것이 있다. 한 줄 쓰고 못 쓰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몇 년씩 글을 쓴 사람들이나 해볼 수 있는 수준의 글이 내 손에서 나오지 않으면 채 한 줄도 쓰지 않거나 문장력이 없는 내 글이 부끄러워 찢어버린다. 이것은 자신이 읽는 수준과 자신이 쓰는 수준을 동일시 한 결과다. 수준 높은 글을 좋아하며 읽기 시작하지만 실제로 일기와 쓰기는 엄연히 다른 활동이라 아무리 다독자라고 하여도 글을 쓰는 것은 아가의 첫걸음마 같을 수밖에 없다. 안 써본 사람은 못 쓰고 계속 써본 사람이 잘 쓴다. 

그러나 쓰려는 욕구가 있어도 잘 써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맞다. 연필도 사고 다어이리도 예쁜 것으로 준비해서 막상 책상에 예쁜 조명 하나 켜고 앉아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 적어보려고 하지만 뭐라고 써야할지 시작도 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사실 이것은 자신이 글쓰기를 '작정'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겠다는 마음을 먹어버리면 어쩔땐 너무 거창해져 버리거나 생각보다 큰 느낌이 나버려서 뒤로 물러서는 경우가 많다. 뭔가를 이룩하려는 목표로 거창한 느낌과 분위기를 조성해두면 하고싶은 생각이 뚝 떨어져서 노트를 펼치지지 않게되는 것이다. 너무 과하고 부담스러워지면 더 못하게 된다.

시간을 따로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뭔가 하려고 큼지막하게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시간도 할애해 놓았는데 막상 그 시간이 닥치면 막막해져 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재미도 없기 때문에 피하게 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강제로 수업을 듣는 것인가봉가) 이렇게 굳이 시간을 만들어두면 습관이 될 때까지 일상에서 의도적인 인식을 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아 오늘도 못했네. 그럼 내일 하지."  

말도 안 되는 시츄에이션이다. 오늘 못했으면 자기 전에 하면 되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두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미루는데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 (뭐? 이미 미루기 6관왕이라고?)

그러니 번듯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시간을 정하는 것은 일단 하지 말자. 그리고 자신의 평소 일상을 돌아봐야 한다. 일상안에서 글쓰기를 아무데나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무엇과 연관되거나 함께할 수 있는 과정 중간에 넣어서 다른 일과 함께 처리해버리게끔 하는게 우선은 필요하다. 앉은 자리에서 그냥 해버리고 끝내는 거다. 그러니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글쓰기를 하는 것은 거의 실패라고 보면 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데는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그러한 시간들을 1~20분 정도 마련해서 과정 중간에 해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평범한 나의 일상에 무언가 하나가 스며드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것은 새로운 습관을 몸에 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음을 먹지 않고 우선은 그냥 해보자. 그냥. 주머니에 수첩을 하나 꽂아넣고 아무데나 서서 슥슥 글을 쓰자. 엎드려서 리모콘을 띡띡거리고 있을 때 리모콘 옆에 수첩을 놔두고 잠깐 들었던 생각을 적어보자. 자신의 글이 어떤 모양이건 신경쓰지 말자. 아장아장 걷는 글을 계속 써 내려가야 한다. 뭐가 됐든 써야 된다. 일상 속에서 쓰는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 

A4용지를 꽉 채울 필요도 없다. 한 문단도 많다. 한 문장만 써보자. 그리고 덮어버리자. 잊어버리고 다시 노트가 보이면 한 문장씩을 써보자. 앞의 문장과 연결될 필요도 없고 이어나갈 이유도 없다. 그냥 쓰고 덮자. 별것 아니라는 듯이 활동하다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한 문장을 쓰고 덮어보자. 우리의 일상 글쓰기는 문장력을 기르는 활동도, 그렇다고 책을 만들려는 과정도 아니다.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적어서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리고 다들 '글쓰면 멋있잖어'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거창한 목표는 내년쯤으로 미뤄두고 일단 쓰다 만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꺼내서 귀퉁이에 생각을 한 줄씩만 적어보자. 

next. 그런데 뭘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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