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쨌든 첫 시작은 일기를 쓴 것도 아니고 소설이나 시를 쓴 것도 아니다. 그냥 생각 나는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말 생각하는 것을 글로 적어보았다. 마치 연필이 생각을 하는 것처럼 연필 끝에서 생각이 나오는 느낌으로 글을 썼다. 내 생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글로 적어보기 시작한 게 나의 글쓰기 시작이었다. 문장력이고 뭐고 하나도 필요가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했다. 아무렇게나 흘러가고 사라져버리는 생각을 잘 주워담는 것 조차도 연습이 필요했다. 한 가지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면 그것 뿐 아니라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리속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한 단어만 건져 올리는데도 정말 오래 걸렸다. 무슨 생각을 글로 적어볼까 10분 20분 생각을 해도 글자 하나 적지 못했다.
생각을 하다보면 생각에 빠져서 생각이 진행은 되지만 생각이 어떤 구조로 옮겨가는지에 대한 부분은 기록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아무거나 써보기 시작했다. 그래 노트에 대해서 써보자. 노트라면 할 말이 많겠지?
"생각을 정리하는 노트를 이제 두 권 썼어. 낙서 그림 그리고 생각을 이무렇게나 적는건데 가끔 뒤적일 뿐 다시 보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 "그럼 왜 적는거야?" 머리가 복잡할 땐 도움이 되거든. 실타래 하나를 잡아서 글로 옮기는거야. 생각이 종이에 붙으면 그제야 안심이 돼."
글을 어떻게 쓸줄도 모르겠어서 그냥 나한테 내가 이야기를 하듯이 글을 써보았다. 물어보고 답하고 내가 내 안에서 나와 닮았지만 다른 내가 서로 대화를 하는 모양새였다. 지금같은 방식의 글을 써보려고 했지만 그것은 한 줄을 쓰고나서는 그 다음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러한 방식은 처음에는 쓸 수 없었다. 전문 지식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쉽지만, 생각을 담아보는 글쓰기는 정말 난생 처음이었다. 그래서 오랜 사투끝에 위의 몇 줄을 쓰고는 노트를 덮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 이상은 쓸 수가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백지가 되어서 그냥 연필을 놓았다.
생각을 쓴다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 생소한 일이었다. 생각을 적어본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고 그래야 하는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목적이 없이는 쓸 일이 없었다. 무척 생소한 글쓰기를 하면서부터 나는 일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생각뿐 아니라 사업을 하면서 드는 어려움에 대한 생각도 글로 적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결정이 일관성있게 바뀌는 것을 느꼈다. 노트에 적어두고, 노트를 들고 다니고, 노트를 펼쳐서 다시 읽고, 끄적거린 내용을 검토하였다. 틈만나면 이러한 과정을 반복했다.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미 노트에 적혀있었기 때문에 그 글을 읽을때마다 생각이 선명해짐을 느꼈다.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여러 번 생각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생각을 기반으로 그 다음 스텝을 밟아 나가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도 굉장히 큰 경험이 되었다.
생각이 구체화된다는 것은 나에게는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보통은 오래전에 생각하다 말았던 것을 다시 기억하려면 어디 적어두지 않고는 그 내용을 다시 찾기도, 예전에 생각했던곳까지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을 이어가기도 힘들었는데 글로 생각을 적어두니 자연스럽게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었다. 물론 모든 문제는 아니지만, 생각하다가 낭비되는 시간이 현저하기 줄어들면서 생각을 이어가는 방법에 대해서 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경험할 수 없는 생각하는 힘이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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