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무조건 땡기는 걸 읽자. 누군가가 책추천을 해준다고해도 나한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책을 추천을 받았다면 분명 나의 상황에 맞는 책일 것이다. 내 읽기 수준에 맞는 책은 아닐 수 있다. 보통 책을 많이 읽기 힘든 이유는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고전이 그렇다. 폼좀 잡으려고 고전이나 인문과학책을 읽는 사람이 요즘엔 없겠지 싶었는데 또 그렇지도 않았다. 지적 허영심이 여전히 판을 치고는 있지만 그러건 말건 세상은 올바르게 돌아가는 듯 하다. 하지만 인문도서도 자신의 읽기 수준에 맞아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내용 한 줄도 해석이 안 되면 그 책은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책장에 꽂히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책은 우선은 자신의 읽기 수준에 맞는 책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그런데도 아직 나한테 어울리는 책이란게 뭔지 모르겠다면, 자신이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가장 궁금하고 가장 관심이 있는 이야기를 읽는 걸 추천한다. 독서는 고상한 취미가 아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며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도구이다. 문자를 읽는 것은 우리를 상상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든다. 상상한다는 것은 뭔가 창의적인 이미지를 주는 면도 있지만 여기서는 이미지화한다는 개념을 말한다. 책을 읽고 이미지화를 잘 하게 되면 문맥과 단락의 의미를 다른사람들보다 월등히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글자를 순식간에 이미지화하여 자신의 내면에서 이해도를 높이는데 사용된다. 그러니 자신이 글자를 어떻게 읽는지 평소에 관찰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나면 좋아하는 류의 책을 찾아서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소설이나 라이트노블만 읽으라는 건 아니다. 그렇게 읽다보면 점차 독서량이 확장되고 궁금한 것이 생긴다. 나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쓸 요량으로 마케팅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책으로 배우고 바로 업무에 적용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이 재미가 있어서 마케팅 책에서부터 경영서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경영에서 또다시 브랜드와 컨셉으로 책을 읽는 방향이 달라졌다. 나중에는 이 전체를 아우르는 인지심리나 선택심리쪽으로 넘어갔다가 심리학을 거쳐 사람들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앞뒤의 맥락과 이유들을 실어놓은 고전 소설쪽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런식으로 독서는 스스로의 관심사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러니 뭘 읽든 상관하지 말고 그냥 재밌게 읽자. 그러면서 궁금하거나 관심이 생기는 분야로 책을 확장해 나가면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은 수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땐 독자의 호감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책에 적힌 문장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원만하게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인가를 보는 것이 우선이다. 이게 책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그렇지 않으면 책을 몇 페이지 보다가 그만둘 수밖에 없다. 머리속에 글자가 글자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적 의미가 맥락이나 이미지로 기억되고 이해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런 책들은 당연히 읽기가 어렵다. 그런건 나중에나 읽는 것이고 지금은 필요한 책이라든지 자신의 읽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게 낫다.
초등학생이라고 어린이 소설이나 학습만화만 읽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라고 수필집, 국내 소설만 읽는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나 레벨은 다르기 때문에 전적으로 본인이 자신에 맞는 레벨의 책을 골라 읽는 게 중요하다. 고민하지 말고 땡기는걸 읽자. 재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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