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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통합과 속도를 가진 자가 혁신한다.

by 여목_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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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언제나 아침 식탁에서 신문을 펼쳤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침 조간신문의 뉴스를 보셔야 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다. 아내는 그런 꼴 보기 싫은 상황에서도 남편이 신문에  중독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방 안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다고 책에  중독됐다고는 하지 않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3-40분 정도 게임을 하는 것을  중독됐다고 하지는 않는다.  세네 시간씩 수다를 떨어도 수다에  중독됐다고는 하지 않는다. 매일 일기를 쓴다고 일기 쓰는 것에  중독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모두 해 낼 수 있는 스마트 폰이라는 매체를 사용하게 되자 우리는 본인도 모르게 중독자가 되어버렸다. 아니 중독자 바라보는 시선을 당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만나야만 수다를 떨 수 있었다가 느닷없이 SNS가 강타하고 붐이 되고 보니 이게 편하고 재밌는지라 온라인의 어느 구역에 자신들만의 자리를 펼치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SNS 병에 걸렸다며 스마트폰 중독자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전철에서 독서를 하는 중인데 스마트폰 중독자가 되었다. 웹툰을 보는 중인데 스마트폰 좀 그만 하라고 한다. 영화를 보는데, 글을 작성하는데, 음악을 듣는데, 신문을 읽고 있는데 스마트폰 좀 그만 하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을 당시에도 전철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저씨들은 퇴근길에 발행되는 스포츠 신문을 몇 백 원을 주고 사서 읽었으며 책을 읽기도, 그냥 앉아 창 밖을 보기도, 게임기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학생들은 PMP로 동영상 강좌를 보기도 했었다. 각기 다른 매체나 대상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이것들은 각기 나름의 독창적인 영역이 구분되어 있어서 동일한 시간 동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독서는 독서, 게임은 게임, 동영상은 동영상 각기 다른 분류였고 영역이었다.

지금은? PMP도 사라졌고 게임기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으며 전철에서 스포츠  뉴스는커녕 무가지 신문 시장 조차도 사라졌다. 스마트폰의 출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없애 왔다. 명맥을 잇는 것 조차 아닌 소멸. 그러니까 몰락한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매체는 새로운 룰을 만들었다. 배달앱 시장은 몇백억 정도 되는 두꺼운 동네 배달 전단지 시장을 몇천억 원대로 올려놓았고 전단지 시장은 불과 몇 년 만에 거의 사그라 들었다.  

통합은 새로운 개념으로 우리에게 다가왔고 전혀 다른 세상을 열었고 우리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관점을 제공했다.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일까.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어떤 이는 최첨단에 서 있고 어떤 이는 문외한이 되었다. 21세기는 통합과 속도의 정글인 것이다. 피래미라 할지라도 덩치가 큰 녀석에게 잡혀먹는게 아니라 작지만 더 빠른 녀석에게 먹히는 세상이다.

앞으로 어떤 세상으로 펼쳐질지 모르는 난해함을 앞에 두고 통합적인 시선을 가지게 될 그 첫 주자인 스마트폰이 중독의 맨 앞에서 마약과 게임 뒤를 이어 욕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시선이 아직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를 보는 시선이란 것은 언제나 보수적이다. 이러한 시선으로는 혁신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그래서 애플은 매번 '혁신은 없었다'라고 보수적 관점의 논평을 듣는 것이다.)

통합과 속도를 통한 혁신에 사람들의 삶은 최근 몇년 동안 엄청난 변화를 만났다. 변화의 수준은 실로 엄청났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의외로 가볍고 아주 쉽게 받아들였다. 기술적 혁신들은 삶을 바꿔버렸고 너무 부자연스럽다거나 억지로의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냥 바뀌었다. 전화가 아닌 앱으로 배달해먹고 여행 코스를 예약하는 시대니까. 러시아를 구글어스로 여행하기도 하고. 이렇듯 통합적 혁신은 삶을 변화 시켰다. 반면 우리가 생각했던 기술적 혁신만 있었을 경우, 그것은 혁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런 혁신 제품들은 단지 신기한 아이템일 뿐이다. 이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고 버려진다.

세상을 바꿀 서비스라느니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 것이라느니 하는 서비스들이 많지만 정작 한 두가지만 살아남는 궁극적 이유는 통합과 속도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력이 작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애플이 무서운 이유는 세상을 바꿀듯이 떠들어 대다 사라질 위기의 기술들을 가지고 와서 삶을 바꿀만한 통합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혁신이 무엇인줄 안다. 그런면에서 애플은 앞으로도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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