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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이어집니다.

by 여목_ 201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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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윤현민 입니다. 이번 주초에는 일이 있는 관계로 생애 두 번째로 부산을 방문했습니다. ㅎㅎ 부산은 따뜻하더군요. 반도의 남쪽 끝에 자리잡고 있어서 언제든 갈 수 있을것 같았지만, 여전히 저는 서울 촌놈이니까 37년 생애 두번째 방문이 되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자갈치로 향해 아는 후배 불러내어 밥을 먹었습니다. 이 친구도 내려온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동네 지리도 잘 모르는데 일단 뭐 대충 밀면같은거 먹으러 갔습니다. 맛있게 밀면을 먹고 나오면서 (먹자마자 또 설빙직행) 저 위쪽으로 중고 책방이 많은 골목이 있다며 나중에 한번 가보라고 했습니다. 책방골목이 바로 옆이었지만 스케줄상 책방을 돌아보는 것은 어려웠기에 (완전 땡겼습니다만) 할것들이 있어서 일단은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센텀시티 근처 숙소에서 이래저래 일정을 마친 다음날, 뭐 할까 물색하다 중고 책방을 둘러 보고 싶어져서 다시 자갈치역으로 향했습니다. 부산은 꽤 크더군요! 일전에 제주도가 작은줄 알고 차로 다니면 금방 슉슉 갈 줄 알았었던 착각을 부산에서도 했습니다. 센텀시티에서 자갈치 시장은 거의 4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자갈치역에서 내려 보수동 중고 책방골목을 찾아갔습니다. 와~ 완전 빈티지 그 자체입니다. 중고책방이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오래된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동시에 문화가 흐르고 섬세함과 현대적 세련됨이 함께 공존했습니다. 서점마다 꽉꽉 들어찬 중고책들은 대부분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진열이 깨끗하게 잘 되어 있었습니다. 이 길을 걸으니 사람이 뭔가 문화적이 된 듯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가득가득 해집니다. 













아, 그러고보니 제가 대학교다니던 시절 종로에서 알바 할 때의 일이 기억나네요. 같이 일하는 형을 따라 동대문에 두타 뒤근처에 있던 중고 책방엘 갔는데, 중고서점들이 빼곡히 한 길을 차지하고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형은 예약했던 책을 받으러 간 것이었는데, 책을 예약하면서까지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저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그곳에서는 인도까지 차지한 수 많은 중고책들이 난잡하게 얽혀있던 기억이 나는데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책을 찾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었습니다. ( 아, 그 형같은 사람들이 찾는거지...) 






서점들 사이로는 카페와 음식점, 공방들도 있습니다. 서점들만 가득하다면 그냥 서점 거리였겠지만, 카페도 있고 식당들도 있으니 골목으로서의 가치가 더 배가되는 느낌입니다. 책만 사고 빠져나가면 그 거리는 구매와 판매외의 어떠한 행동이 나타나지 않겠지만, 이러한 문화적 측면이 어우러지자 거리는 읽고 사색하는 공간이 됩니다. 거니는 것 자체만으로 나는 골목의 일부가 됩니다. 




점심때라 그런지 찾는이가 별로 없어 여유로움이 묻어납니다. 이제야 가게 문을 열고 책을 내놓으시는 분도 계시고 카운터에 정갈하게 앉아 책을 읽으시는 아주머니도 계십니다. 서점 하나에 들어가 책을 샀습니다. 중고 책방의 묘미는 어떠한 책을 만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동행한 동생에게 책을 한 권 선물하려고 열심히 책을 둘러봅니다. 서가를 둘러보며 무슨 책이 나에게 올지 살펴봅니다. 책에 대해서 잘 모르다보니 저자도 모르고 책 제목 읽어내는 것도 서툽니다. 좋은 책을 골라낸다는 것은 그래서 어렵습니다. 이것저것 얘기를 주고 받다가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를 샀습니다. 저도 안 읽은 책이지만, ㅎㅎ 소설을 좋아한다길래 눈에 띄어 샀습니다. 중고 책방에서는 작가를 모르면 소설책은 선뜻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골목이 짧기 때문에 돌아보는 것은 금방입니다. 저도 아들 윤권씨를 위해 4세 수학책을 샀습니다. 요즘 숫자 읽기에 빠져있거든요. 정가대비 20%저렴합니다. 그러고보니 이곳의 책은 제가 다니던 중고책방 보다는 책값이 싼 편은 아닙니다. 제가 들어간 곳은 보통 15~20%, 신간은 10%정도 해주는것 같더군요. (관광지처럼 돼서 그런걸지도?) 그러나 단지 '둘러보는' 소홀한 행동 만으로도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다면 이런 책방거리도 좋은것 같습니다. 운치도 있고 낭만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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