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지난 1년간 육아휴직을 받아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느라 집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1년이 지나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되자 이래저래 고민이 생기게 되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방과후교실이든 학원이든 맡아주기 시작하면 정서적으로도 좋지가 않고 아내의 퇴근도 빨라야 저녁 8시 정도라서 집에 아이 혼자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나도 육아휴직을 좀 해보려는 것이다. 그치만 대출은 갚아야 하니 일은 해야하니까 육아휴직이 아니라 아예 집에 사무실을 차린 꼴이 되어버렸다. 사무실도 그냥 사무실이 아니라 방음실을 갖춰서 녹음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드는 작업이다. 아오.
그래서 작업하게된 방음실 : https://reading-thinking-life.tistory.com/70
혼자서 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고 어엿하게 사업이 있기 때문에 1인기업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상태가 '올해'부터는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사무실을 집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건지 나쁜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기 때문에.
육아휴직이면 마음 놓고 집안일을 할 수 있을텐데 프리랜서는 일도 하고 육아도 해야 한다. 아이가 3학년이라 대화가 통하는 편이고 아빠를 잘 따라주기 때문에 아이를 다루는 것에는 별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집이 온통 난장판이라서 이 때부터는 지옥의 정리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육아와 일과 정리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1. 어린이와 함께 지내는 것에는 별다른 스트레스가 없는 편이다. 육아라고 하기엔 3학년이라는 나이가 있지만 (양육이라고 해야 되나?) 아이와는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최대한의 의사를 묻고 행동을 하기 때문에 트러블은 거의 없는 편이다. 내가 아이에게 원하는 수준도 상당히 낮은 편이어서 서로서로가 느슨한 모양새를 취한다.
3학년이기 때문에 이제는 스스로 자기가 할 일은 하는 편이다. 하지만 스스로 하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그럴땐 옆에서 얘기해준다. "이제 밥그릇은 개수대에 놓고 와야지"이런식으로. 아이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함께 하고 이해해주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알아채주는 것으로 아이는 나를 많이 신뢰하게 되었다. 음후후.
2. 일은 문제가 되는 중이다. 육아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밥을 챙겨주는 것부터 몇몇 스케줄을 처리하는 것, 엄마가 내준 몇 가지 숙제를 해야하는 것 등 자잘하게 할 것이 많다. 놀아주는 시간도 많고 밥 해먹는 시간도 의외로 길다. 그러니 남는 시간에는 평소처럼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 아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는 시간에 맞춰 교대를 하고 나는 작업실로 들어와 할 일을 시작한다. 그러면 저녁 8, 9시부터 새벽1, 2시까지 작업이 이어진다. 자는 시간은 출근을 할때나 지금이나 같다. 그래서 어린이가 점점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이다. "아빠가 30분 작업할건데 그 동안 그거좀 해둘래?" 라고 얘기하면 상당부분은 수긍하고 일을 잘 마무리 해 둔다. 이제 일만 잘 하면 된다.
3. 마지막이 정리와의 싸움. 사무실 집기류와 갖은 책들이 집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집안 배치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안 그래도 짐이 터져나갈 지경이라 집안 내부 정리를 시도때도 없이 해야 했다. 필요 없는 것들을 꾸준히 버리고 정리를 하나씩 해 나가다보니 그것도 어느정도 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사무실 물건들이 제대로 온 것은 아니므로 그 물건들이 도착을 해야 제대로 일이 시작될 것 같다. 집안 정리만으로 몇날 며칠을 보냈는지 모른다.
이게 나의 일상을 일순간 바꿔버렸다. 2020년 1월 1일부터 송두리째 바꼈다. 양육과 일, 정리와의 싸움이 이제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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