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해도 무리가 없는
디지털노마드의 라이프스타일은 뇌리에 각인 된 이미지가 있다. 해외를 여행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필요할 땐 일을 하고 그 외 시간에는 여행이나 여가를 즐기는 그런 삶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어원조차도 모르지만 디지털이라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듯 온라인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직업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이라면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론 전혀 다른 이미지일수도 있다. 디지털 노마드의 근원만 뽑아본다면 재택이 가능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면 어디서든 일 할 수 있는 것이니 그렇다. 일의 양이 어떻든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일단 노마드의 자격은 갖춘 것이다. 그래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이어야 된다. 여행을 가건 말건 그건 개인 자유지만 시간을 조절하는 것의 기본은 집에서 일해도 무리가 없는 그런 일인 것이다.
나는 책을 만들고 있다.
통기타 교재를 만들고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교재는 지금까지 일곱 권을 제작했고 여섯 권을 서점으로 납품을 하고 있다. 관련해서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 강좌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유료 강좌 판매는 2020년 2월을 기준으로 14개월이 지났고 이 두 가지가 현재로서는 가장 큰 수익이다. 작년까지는 통기타 개인 레슨도 했었다. 지금은 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주 수입은 이 두 가지다.
책을 만들고 동영상 강좌를 만들어서 직접 판매하는 몹시 조촐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책은 내가 직접 주문을 받거나 택배를 보내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시간에 택배를 보내기 위해 포장을 하고 배송을 하는데 붙들려 있을 필요도 없다. 주문은 서점에서 오전에 팩스로 들어오면 그걸 이메일로 받아서 배본사로 발주를 넣어주면 끝이다.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난다. 이것은 전산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나라에 가서 하든 상관이 없다. 인터넷과 이메일만 있으면 된다.
책을 만드는 과정도 어디 출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으므로 잠옷만 입고 작업을 시작해서 오후 4시에 자다가 일어나 첫 양치질을 해도 괜찮은 자율성이 있다. 물론 스스로 일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실력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년이고 2년이고 작업은 차일피일 미룰수가 있다. 미루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 적절한 시기에 책이 잘 나와줘야 콘텐츠가 잘 흘러가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책을 기획하고 편집해서 출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콘텐츠를 이용해 책을 만들고 내가 직접 출판하고 직접 서점으로 납품을 하고 있어서 제작의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객관성이 필요하긴 하지만 하고싶은대로 하면 된다. 업무의 프로세스상 집에서 해도 무리가 없고 일 자체가 누군가와 엮여있지도 않기 때문에 스스로 컨트롤만 잘 되면 이 일은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다.
일 자체가 가진 특수성이 있어야 노마드의 삶이 가능해진다. 매일 어디론가 출근해야 한다거나 출근은 자유로운데 매일 어떤 일정한 시간에 어떤 장소에 얽매이는 것은 안 된다. 일 하는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며 장소에 국한이 없어야 한다. 그런 일들이 세상에 있나. 있다. 잘 찾아보면 된다.
네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이냐.
오래전에 책 광고를 보았다. 고령인데도 직접 일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내용의 책이었다. 책을 들춰보면 기술을 가지고 평생 즐겁게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90세가 넘은 일본 작가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글쓰기라면 평생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자극을 받았었다. 여러 이야기를 접해보며 오랫동안 생각해본 결과 나는 평생 일 하는 걸 즐기면서 거기에서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나 스스로를 컨트롤하는것도 불가능했으므로 그것은 꿈만같은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2004년도 쯤 되었을 때였으니까 시간이 많이 지나긴 지났다.
하지만 그 어느 순간에도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어떤 일로 생계를 유지할 것이며 어느 정도 힘을 쏟을 것이며 어떤 것이 삶의 주제나 목표가 되어 달음질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생각. 즉 삶에 대한 가치관을 선명하게 쌓아본 적이 나는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게 되느냐면 일이란 것은 결국 내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려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것, 사는 집, 입는 옷, 먹는 음식등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논한다면 사람 수 만큼의 라이프스타일이 나올 것이다. 거기에는 각자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이 스며들어 있는 법이다. 단지 디지털노마드의 삶이 일 적게 하면서 돈은 적당히 벌고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단언컨데 혼자 있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디지털노마드의 삶은 굉장히 힘들 수도 있다. 자신의 본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하는 일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면 그때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 "나는 디지털노마드가 되겠어!"라고 선언하고 거기에 자신의 삶을 끼워 맞추지 말라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나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을 즐겨하며 가족들과 여가를 보내고 새로운 상상을 하는 것을 좋아하며 사진찍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 이 사람은 하루종일 방 구석에 쳐박혀 있다가도 이곳저곳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이야기를 좋아해서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책을 좋아하며 집안 청소라든지 살림과 요리도 함께 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글로 남기며 생각을 글로 적어가는 삶을 살아간다. 이게 '나'라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이전에는 이것과 조금 달랐지만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해본다면 맞을 것 같다. 내 삶은 이렇게 흘러가도 이것을 억지로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거나 나와는 결이 달라도 좋아보인다는 이유로 해 내려는 욕망 같은 것이 없다. 그냥 나랑 옷이 잘 맞는 것처럼 서술한 라이프스타일이 나 자신이다. 허례허식 없는 그냥 나 자신 말이다.
이렇게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드는 욕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욕망은 억지로 노력한다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력을 하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고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러움이 사라진 노욕만 남게 된다. 매사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추진력을 얻기가 힘들었다. 나중에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되어도 스스로가 동력이 되지 못하면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일이 진행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삶을 빗대보면 내가 하는 일은 나에게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든 잘 맞을 수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조차도 즐겁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출판 이야기로
이것으로 수익이 되느냐면, 된다. 내 분수에 놀고 먹을만큼 된다. 레슨을 했으면 수익은 더욱 더 많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살림과 초4학년 육아?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레슨은 모두 종료했고 출판과 동영상 강좌 판매만으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영상 촬영을 위한 작업실이 집에 있어서 언제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과 콘텐츠의 구성이 11권짜리 책으로 이미 결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뭘 할지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 이미 결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세스에 맞춰 일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 일조차 끝나버리면 그 후로는 진정 유튜브만으로도 생계가 가능해진다. 나에게는 유튜브가 주요 홍보수단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를 정리 하자면. 노마드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장소의 자유로움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해보고 거기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다.
*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이 글이 내 스스로가 내 라이프스타일을 정리하기 위해 쓰고 있다는 것, 내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작업하는 글이라는 점만 명심해주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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