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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

노션을 사용하지 않게된 이유.

by 여목_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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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 notion

많은 사람들이 노션을 개인이나 업무 대시보드로 활용하고 있고, 깔끔하고 명료하게 꾸며서 자신의 대시보드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언젠가는 대시보드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겠지만, 노션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대시보드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보여지는 디자인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노션을 내 삶에서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나는 그 부분에서 실패했다. 

노션을 활용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니, 이렇게 쉬운 걸 떠 먹여줘도 못 쓰나!" 그렇지만 꽤 오랜시간 적응해보려고 노력한 시간들이 무색하게 손이 점차 가지 않게 되었고, 나는 다시 노트와 애플캘린더를 사용하고 있었다. 2000년대, PDA를 사용하던 대학생일때부터, 나는 줄곧 툴을 활용해 내 삶을 오거나이징하고 싶어했다. 윈도우 모바일에서도 그랬고 구글캘린더를 쓸 때도 그랬으며 네이버웍스를 사용할 때도 그랬지만, 불가능했다. 혼자서는 쉽지 않아서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좀 더 편리한 툴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완벽한 툴이란 건 없다. 

당연하게도 누군가가 내가 딱 쓰고싶어하는 그런 스타일의 툴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아니 누군가에게 의뢰하려고 해도 내가 뭘 원하는지를 사실 잘 모르겠다. 이렇게 뭔가 딱 잘 정리가 되고 입력만 몇 개 하면 내 삶의 할 일과 시간관리와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줄 알았다. 한국에 노션이 소개되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나는 노션이 내가 찾던 바로 그런 툴인줄 알았다. 

노션은 시간관리도 되고 생각 관리도 되는거네? 그런데

와! 노션! 되게 좋다고 느꼈다. 글을 많이 쓰는 입장에서 메모장을 사용하다가 아이폰6에서는 너무 느려지다보니 다른 뭐가 좋을지 찾아나섰던 때였기 때문에 노션에 글도 쓰면 좋다고 생각했다. 노트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으며 일정관리와 시간관리에 더불어 할일 관리도 모두 다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것저것을 살펴보고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사용을 시작했다.  

1. 노션의 노트 방식은 사용하기 어려웠다. 

확실한 것은, 나는 블록으로 되어 있는 글쓰기 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엔터를 치면, 블록이 하나 생성되는 그런 시스템은 문단이 정말 단절된 느낌이 들어 글을 쓰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쉬프트를 누르고 엔터를 치면 블록 안에서 문단이 생성되지만, 쉬프트를 누르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면 글을 쓰는 도중에 신경이 분산되어 거슬렸다. 이럴거면 차라리 문장은 원래 쓰던 애플 메모장이나 iA writer에 쓰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로 노션을 쓰는 건 어렵겠다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가 더 편할 지경이었다. 

2. 머릿속에도 지도가 필요하다.

노션에서는 필요에 따른 여러가지 워크스페이스를 만들어 별도로 관리를 했다.

노트는 일단 그렇다 치자, 노션을 켜서 할 일을 정리해둔 페이지로 가는데까지 시간이 걸렸다. 클릭을 여러번 해야했다. 핵심은 긴박함이다. 지금 나는 뭘 해야하지. 어딜 봐야 내가 정리해둔 내용들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고, 지금 가장 중요한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노션을 켜서 찾아 들어가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나중에는 조정해서 한 번에 페이지를 딱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을 해두었는데, 그러기까지 너무 관리할 것이 많았다.

정리된 내용을 확인하고 체크해 나가기 위해서는 페이지마다 적어놓은 맥락을 살펴야 한다. 거기까지 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길었다. 어딨는지 찾아가기도 쉽지 않았고, 이럴거면 노트에 적어뒀던거 펼치는 게 더 빠를 지경이었다. 나의 일을 노션에 정리하려면, 노션에 적어둔 지도가 머릿속에도 같이 그려져 있어야 찾아 들어가는 게 빠르다. 다시말해 자신을 매니지먼트하는 시스템이 먼저 있고 그걸 노션에 옮기는 식으로는 가능하지만, 노션을 먼저 시작하고 그제서야 자기 시스템을 꾸려서 적용하려고 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뜻이다.

3. 내가 지금 당장 집중할 일은 무엇인가.

노션에 일정을 기입하고 알람을 맞춰놓고 페이지 모양을 하나씩 갖춰나가는 성취감도 좋았고 그리고나서 할 일을 목록으로 적어두고 프로세스별로 업무를 진행하기 쉽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러다보니 내가 진행해야 할, 다시말해 현재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곳저곳 뒤적거리며 찾아야 답이 나오는'상황이 되어버렸다. 대시보드가 문제였던걸까. 그것보다는 내 일에 관한 오거나이징을 한 번에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구성을 하는 실력이 서툴렀다. 시간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하나의 일을 마무리 하고 그 다음 일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붕 뜨는 시간조차도 아끼고 싶었던 탓이 크다. 내가 지금 가장 빠르게 해야하는 우선순위의 일들은 무엇일까를 찾아가는데만도 노션을 뒤적거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4. 내가 어디에 적어뒀더라. 

할일, 아이디어, 읽어봐야 할 자료, 일정, 약속 점점 뒤섞이기 시작했고 한 페이지에 적어나가는 분량이 많아지자, 의외로 카테고리에 따른 분류가 어려워졌고, 적어둔 아이디어들도 어디에 뒀는지 모를 지경이 되고 있었다.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가 하나 생겨서 적어두고 싶은 데 그걸 이쪽 항목에 놓을지 저쪽 항목에 넣을지 적절한 곳은 어디인지를 헤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만 따로 모아두면 어디에 썼던 내용인지를 까먹거나 다시 링크를 타고 들어가는 게 번거롭게 느껴졌다. 노션에서는 카테고리로 분류를 하고 있었음에도 모든 게 파편화 되고 있었다. 

5. 피로감

내가 사용하는 생각의 개념에서는 노션이 그닥 효율적이지 못 했다.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들어와서 노션을 키고 작업할 항목을 체크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까지 들어가는데 꽤나 긴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다보니 바쁜 와중에는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 길을 잃어서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니 일목요연하려고 만든 노션이 점차 누더기가 되기 시작하면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혼란한 상황이 되기 시작하니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노트

생각을 펼쳐놓기 위해 노트를 많이 사용한다.

0에서 시작하는 기분으로 노트를 펼쳐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체크하고, 한달 안에 완료할 업무들을 확인하여 맨 위에 적어보기 시작했다. 하는 일이 대체로 3개월에서 6개월씩 진행되는 장기 프로세스 업무들이다보니 프로세스별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적어보았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내가 현재 집중할 일들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현재 집중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 편하도록 구조를 짜두니 여러 페이지를 넘겨봐야 하더라도 그게 훨씬 직관적이고 빨랐다. 

나는 일을 어떤식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사람마다 일을 처리하는 프로세스, 혹은 어떤 것을 일이라고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업무에 관련된 일을 조직하고 설계하는 방식이 다르다. 정말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다보니 어떤 툴을 써도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지게 되었고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는 노트를 펼쳐 거기에서 큰 방향성을 기억하면서 현재 해야할 업무들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하위에 설정한 후 업무의 프로세스를 정립하여 진행상황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연습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큰 틀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었고 카테고리별 세세한 업무들은 하위 카테고리에 빼곡히 적어나갔다. 일정과 사소한 할일은 모두 캘린더에 넣었고 하루의 할 일은 오전에 정리하여 캘린더에 입력하고 밤에는 프로세스의 완성 유무를 체크했다. 

나는 노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핫하고 최첨단 업무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노션으로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내 사용성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나중에 필요하게 된다면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면 나의 글쓰기에 대한 작성 방식, 혹은 업무와 프로세스, 프로젝트 업무를 이해하는 개념이 바뀌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노트에서 마인드맵으로

노트를 디지털로 관리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마인드맵 프로그램인 scapple을 사용하기로 했다.

글을 많이 쓰고 업무 프로세스가 중요한 일을 하는 상황에서는 노션보다는 큰 노트가 더 유용하다. 그 후로는 아날로그인 노트를 사용하지 않고 맥용 마인드맵 프로그램인 scapple을 업무용으로 몇 년간 사용하다가 이제는 거의 완전하게 프리폼으로 정착을 했다.유명한 툴이라고 쓴다기 보다는 자기의 사용성을 우선 잘 파악한 후 자신이 업무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진행하는지 점검하여 거기에 어울리는 툴을 사용하는 게 나에게는 유익한 방법이었다. 이 방법이란 걸 찾는데 나는 얼마나 오래 걸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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