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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이북, e-book, 전자책은 여전히 어렵다.

by 여목_ 2022.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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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미니로는 불가항력이야

  책을 후루룩 넓겨가며 읽는 입장에서 전자책(e-book)은 여전히 읽기가 어렵다. 이유중 하나는 로딩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한 번에 원하는 곳으로 넘어가기가 어려우며, 마지막으로는 중요한 내용을 읽었을 때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기억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의 이유가 나를 굉장히 피곤하게 만드는데 이는 책의 내용을 위치로 기억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쯤에서 그런 내용이 나왔었는데~"하면서 책을 휘리릭 넘겨 내용을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이북의 느린 반응성과 폰트 사이즈 한 번 잘못 만져서 페이지수가 이리저리 늘어나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리면 효용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페이지를 만지지 않으면 이북을 읽기가 너무 힘들고 안 만지자니 가독성에 문제가 생겨 늘 고민하게 만든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책을 잡으면 얼마큼의 시간이면 읽겠구나 싶은 예측을 할 수 있다. 내용을 한 번 훑어보면 그 감이 좀 더 확실해지고 실제로 읽다보면 챕터 1이 16페이지 상단에 위치해 있고 소제목들은 몇 페이지씩 뒤에 위치해 있다는 구조적인 인식까지도 색인으로 기억이 된다. 상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내용을 어디서 읽었는지는 파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내용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이미지적 기억이 작동하여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비문학의 경우에는 책에 표시를 해두면 더욱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면 책의 내용을 위치로 기억하기에 이른다. 책의 물성이란 이런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의 영역은 책이 파손되기 전까지 유지된다. 이북은 이러한 사소한 사전 지식을 모두 차단해 버린다. 이러한 신뢰가 버튼 하나로 무너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전자책을 읽는 것이 불편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전자책은 필연적으로 가독성을 좋게 하기 위해 폰트와 줄간격을 만져야 하는데 그러면 실물책과의 괴리가 심해진다. 600페이지 800페이지도 훌쩍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까지도 독서의 경험이다. 이북이 싫다기 보다는 가늠이 되지 않아 나에게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책을 쌓아두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구미가 당길 때 하나씩 펼쳐 읽어보는 것도 좋은 독서 경험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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