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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데어데블 시즌3, 롱테이크와 무게감

by 여목_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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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즌마다 롱테이크(전문 용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씬을 찍는 데어데블은 이번 시즌3에서 10분이 넘는 롱테이크씬을 내놓았습니다. 주인공 머독이 교도소에 면회를 갔다가 악당(피스크)의 사주를 받아 자신을 죽이려는 수감자와 교도관들을 때려 눕히고 탈출하는 장면을 트랙킹하며 이어갔습니다. 롱테이크의 에너지는 '이걸 어떻게 찍었지 대단하다!'의 생각이 들기 전, 이 상황이 현실이라고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처절하고 피가 튀고 박살나고 부러지는 장면이 1초도 쉬지 않고 이어지면 내가 언제부터 숨을 멈추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쯤에야 교도소 밖으로 나오면서 씬이 끝납니다. 교도소를 탈출한 후 택시 안에서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순간이 되어야 저도 한 숨을 내쉽니다. 


시즌1부터 시작해서 걸작같은 영상미를 보여주는 데어데블의 롱테이크는 시즌이 갈수록 길어집니다. 유튜브에서 daredevil tracking shot이나 hallway shot이라고 쳐보시면 몇몇 영상을 찾아보실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롱테이크로 느낄 수 있는 호흡입니다. 극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여 같이 숨쉬게 하는 것이죠. 주인공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감을 관객들도 함께 호흡하며 지는 것입니다. 

데어데블은 복잡한 인물입니다. 시즌이 흘러갈수록 심리적으로 더 혼란스러워지고 극도로 예민해지며 신체적으로도 극한까지 치닫습니다. 스스로를 인간관계에서 고립시키고 친한 사람들을 마음속에서 밀어내죠. 그렇게 혼자가 되어 적의 소굴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몹시 쳐 맞습니다. 저러다 죽는거 아냐 할 지경으로 맞고 때립니다. 연기인 것이 걱정스러울 정도죠. 저 정도면 NG아닌가? 싶을 정도의 장면까지도 모두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진짜로 일어날법한 거친 상황들, 장면들, 그리고 격투, 몸싸움, 다 부서지고 연막탄이 터지고 전기가 터져나갑니다. 길게 이어지는 이 롱테이크를 통해 시청자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니 대부분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액션신인만큼 숏컷으로 빠르게 격투신을 이어나갈 수도 있었지만, 짧은 컷에서 생기는 리듬감 때문에 자칫 액션만 화려해지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렇게해서는 데어데블이라는 캐릭터의 무게감과 짊어지고 있는 내면의 갈등이 표현되지 않습니다. 데어데블은 혼자서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데어데블 시리즈에 유독 롱 테이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은 신념입니다. 그 신념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검증을 해야 합니다. 한 명 한 명을 때려눕히며 넘어가야 하는 길고 지루한 이야기인 것이죠. 데어데블에서의 롱테이크는 그런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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