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글쓰기는 유일한 탈출구

by 여목_ 2020. 8. 6.
반응형

인생에서 가장 바쁠 때, 그리고 돈을 많이 벌고 있었을 때, 나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내면의 자아가 하는 일이 충돌하면서 카오스가 시작되었다. 생각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 일인줄 몰랐다. 생각은 파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불현듯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집중이 어렵다는 걸 절감하고 있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러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이라는게 거창했다면 못했을거다. 내 생각을 받아주는 것은 글뿐이었고 누구도 공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걸 아무렇게나 풀어서 쓰고 썼다. 계속 이것저것을 쓰다보니 어느날은 생각이 약간씩 정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나는 내면의 어려운 부분들,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 어려운 결정들 앞에서 조금씩 내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의 어려움들을 쓰기 시작했고 파편화되었던 머리속 이야기들이 여러번에 걸쳐 정리되면 차츰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 전까지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나를 입체적으로 볼 수 없었다. 글로 생각을 옮겨적다보니 내 생각을 내가 글로 읽게 되었고 이것으로 나를 객관화 하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었다. 생각은 내면에서 출발하지만 생각을 적은 글은 객관화되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내 생각을 내가 외부에서 읽게되면 부끄러워진다. 그러나 글을 멈추지 않았다. 

글은 단순했다. 떠오르는 걸 계속 썼다. 반복해서 떠오르면 반복해서 썼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어렵다는 내용으로 글을 썼다. 마음은 유동적이며 불안하다. 어디로 생각이 옮겨갈지 모르고 방금전에 했던 생각도 쉽게 휘발된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듬더듬 찾아가는 게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생각의 주체가 나라고 해도 나의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것은 내 안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생각을 길게 따라가며 생각을 장시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글로 남긴다. 글로 남기면 그곳을 펴는 순간 기억이 이어지고 생각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글은 생각에 생각을 쌓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계속 쌓아올릴 수 있다.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글쓰기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나의 현재를 파악할 수 있었고 현재의 어려운 문제들을 객관화 할 수 있었다. 문제점을 깊이 파고들면 해결책이 보이기도 했다. 생각을 계속 쌓고 쌓아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 자체도 흥미로웠다. 생각을 글자로 남기기 전에는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 글쓰기는 곧 생각하기였으므로 글을 통해 나는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댓글